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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물연구

나의 경호원, 세번째 이야기

 

바람이 부는 날에는 나의 경호원은 나와 안 사람 곁을 잠시도 떠나질 않는다. 우리를 위한 밀착경호가 아니라 자신이 보호를 받고 싶어하는 모습이다.  하여간에 쓰담아주고, 껴안기도 하면서 담요로 싸 놓기도 하는데,  우리 곁을 떠나지 못한체 불안해서 어쩔줄 모른다.  우연히 강아지를 주제로한 소설속에서 나의 경호원의 이러한 어려움을 이해하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는데,  동물의 감각기관들은 인간의 성능과는 비겨도 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하다고 한다.  보통 인간의 몇 백배단위로 평가되는 이들의 후각이나 청각의 능력은 대단하지만,  바람이 부는 날에는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할 수가 없다고 한다.  왜냐면 바람이 만드는 잡음때문에 적의 접근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기능들이 마비가 된다고 한다.  바람이 가져오는 혼란스런 소리, 또는 바람따라 사라져 버린 냄새등은...,  아무튼 안전의 단서가 없어진 세상을 나돌아 다니는, 무모한 허세를 부리지 않는 약자들의 본능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숨는다고 한다.  추적의 활동도 바람이 잦아 들기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어쩜 그러한 자연의 이치가 우리 인간들에게도 적용되여 '바람부는 날이면 공치는 날이다'는 말이 생기게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바람이 부는 날에는 내가 이놈의 경호원이 되어 묵상을 해 본다.  보면서 얻어 맞는 것은 아프면 그만이지만, 보이지도 않는 귀신의 난리 짓에 겁나는 것은 이 용맹한 나의 경호원에게도 예외는 아닌가 싶다.  위험을 예지할 수 없게 하는 바람의 떼가 지나가도록 잠 못 이루는 경호원의 끙끙소리가 내 잠을 설치게 한다.  그래서 힘들게 일어나 뒷 뜰로 데려 나가면, 연방 바람시윗소리는 모른체하며 하늘을 향해 코를 벌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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