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명령이나 지시가 있었는가는 모른다.
학교 담장을 끼고 돌아가는 냇가에 있던 오리들이 이제는 보이질 않는다.
퍼런 이끼인듯 싶은 물풀들만이 넓게 넓게 자리하면서 이곳에는 봄이 들어 찼다.
작년에도 이때 쯤에 기러기들이 돌아 왔었다.
학교 건너 편에는 많은 집들이 있지만, 그들은 꼭 그 집 앞에만 서성인다.
아무런 환영의 말이 없고, 수다를 떨지 않아도 서로가 반가울테지...,
엊그제까지만 해도 눈이 있던 자리였는데,
녹은 눈아래 벌레들이 있었나보다.
거개가 쌍을 이루워 땅을 쪼아데며 걷고 있는 봄의 시작이다.
아무튼 봄이 오는 것은 모두에게 계획의 시작을 알리는 때인가 보다.
겨우내 그 어둡고, 차거운 길거리에 떨어진 먹거리를 찾으며 버티더니만,
그러한 기억은 하나도 없고 봄바람에 즐거워하는 나는 이들과 다를바 없는 미물이지만,
미움이 사라진 봄길을 신나한다.
봄이 펼쳐 진 산과 들이 새로워 지는 것은 젊음이 하는 일이다.
여기 물뚝에 앉은 오리 둘은 늙은 부부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봄을 맞으러 가고 빈, 겨울냇가였던 이 봄뚝에 앉아,
쓸쓸해 하는가?
당신이 옆에 있기에 난 幸福이 뭣인지도 모르고...,
'열부전(烈夫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개를 안 한다고 모르실리는 없고... (0) | 2017.06.29 |
---|---|
적지통과훈련 (0) | 2013.03.05 |
한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 (0) | 2013.02.10 |
[스크랩] 알라스카에서 수박을 (0) | 2012.12.02 |
살림배우기 (0) | 2012.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