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잘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그에 대해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 우리나라만큼 많은 곳이 어디 있을가 싶다. 부모님들 보다 앞서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항렬을 중시하여 그 이름을 만들고, 또는 사주팔자에 맞춰 작명하여 오래 살고 잘 살기를 기대하는 우리의 습속에, 하느님의 사람됨을 작정하고 새롭게 태여난 세례명이 함께하는 현실 일진데, 거기다가 번호까지 붙여 부르니, 별명까지 함께 하면 잘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갖고 있는 이름이 우리 만큼 많은 나라가 어디 있을가? 옛날 우리 할아버지들이 '차이나' 놈들에게서 배운 뒷끝에 요즈음은 서양 오랑케들꺼 까지 함께하니, 거기다가 권세나 계급에 따른 아호나 별호, 그리고 직명이 함께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 이름이나 별명 또한 함부로 부르거나 사용 할 수도 없는데...
나이가 들고 보면 어른들도 손주의 이름뒤에 애비나 에미를 붙여 자식을 부르고. 바깥에서 높임 주는 직명을 이용하고, 금실 좋은 부부는 그냥 자기소리로, 또는 애명이 있을 테고, 육십너머 만난 친구랑 오랜 회포로 얼싸 안고 기뻐하는 데 윗층에서 '아무개야'하며 남편을 부르는 그 친구부인의 소리에 "헐!"했던 내 존재는 그냥 한국사람이였고, 파란 눈에 꼬맹이가 부르는 내 이름에 속으로 만 '요런 오랑케놈이'하고 마는 것은 그리 살던 곳이 한국이었기 때문이려니...십년지기로 호형호제 한다는 것이 이 미국에 와 보니 그냥 큰 대우나 하듯이 아무 놈이나 형님아우고, 씨짜붙여 불러 주니 그나마 감지덕지하며 살고는 있지만. 우리 성당에서 나마 세레명으로 형제자매 호칭하며 지나면 얼마나 좋을가? 허긴 신부님, 수녀님, 회장님, 그리고 구역장님등 그리만 부르다보면 세레명은 별반 필요친 않을 것이다. 어쩜 그것은 평신자만의 구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일뿐? 주님이 오신다해도 세레명보다는 직명을 쓰심이 편하실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너무 평신자들이 많을테니.....
아무튼 세레명이 있는 데도 젊은이나 늙은이가 내 속명에다 씨자를 붙여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성당이니까 참회기도를 한다.
까밀로 형제하고 불러 주면 그런 기도는 안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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