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한 적이 없던 젊은 날에
그래도 추석이라고 우린 술을 장만해 놓고 둥근달에 흥그러운 때를
한강 모래 밭에서도 가져 본때가 있었읍니다.
추석이 아니라도 일년 삼백날 이상을 그렇게 온갖 고난을 견디면서도 술로 살았던 저인데,
이제 껏 살아 온 날에서 술과 지낸 날이 집 사람 보다도 더 많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서 왜 그렇게 술만 먹구 지냈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 술 좀 끊어 볼가 하는데요 하니까 어이 없다는 듯이 웃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네가.....'
사실이지 제가 자라오면서 어른들은 당연히 술을 마시는 거다라고 생각했고,
술 때문 속 쓰려 몸 부림치는 남편이나, 아빠를 위해 꿀물이나 해장국의 진상은 미덕이었읍니다.
술병에 몸져 누워 있어도 큰 흉이 아니 였읍니다.
그래서 저도 어른이 되었는데, 우리 아들이 제 어린 날처럼 저를 돌보더이다.
집사람의 술국이야 늘...
수많은 핑계거리에다, 온갖 감언이설이 난무해도 초심을 잃지 않고 마셔온 제가 왜 갑자기...
천주님 뫼시기 시작하면서는, 성호긋고 마시니 든든해서 그런지 술이 더 맛있었더라구요!
그러던 제가 술때문 잃어 버린 시간이 많았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있읍니다.
만약에 금주법이 생기면 어쩔가?
술 냄새에서 보호받을 권리,
술 소리에서 보호받을 권리,
술 테러에서 보호받을 권리,
여하간에 술로부터의 피해를 보호받을 권리가 주어진다면.....
이제까지는 없이 살던 이유를 들어 술들을 마셨지만, 지금은 살만 하잖습니까?
할일이 많더라구요, 술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은 것을 왜 이제야 느꼈는지...
어때요? 공감하시죠.
'네만 술 안 마시면 되지.... 이 배신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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