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번은 강아지가 이 둔덕에서 용변을 본답니다. 그저 쉽게 집주위에서 치루게 하다보니 잔디밭이 상하더군요. 그래서 찾아 가는 곳인데 이름만큼의 냇가는 아닌 곳입니다. 차들의 운행을 위해 만든 둔덕밑에 한팔정도의 하수관이 있어 그곳으로 물이 흐르고 위론 차들이 동네를 들락거리는데, 요즈음처럼 가끔 비가 오면 모를가 이내 물이 없어 지는 곳인데 어째서 Creek이라고 붙였는지.
어느 날인지 아마 두어주 전일거예요. 애들이 둔덕아래 도랑을 오르내리락 하는 거예요. 바로 하수관앞에 고인 물 한켠으로 네마리의 작은 기러기새끼들이 있는 거예요. 애들에게 놔두거라하니 공손히들 물러 가더라구요. 저도 강아지랑 그자릴 떠나 멀찍이서 그 아기 기러기들을 봤읍니다. 똘똘뭉쳐 있던 꼬마들이 하수관안으로 들어가더라구요. 그래서 어디엔가 엄마,아빠가 있겠지 하고는 돌아 왔죠. 어쩜 먹이를 구하려고 어디들을 갔겠거니 생각하고 말았죠.
지난 주였읍니다. 네마리의 아기기러기들을 새벽산책길에서 봤어요. 그 하수관 앞 조그만 웅덩이 물에 이들이 있는 거예요. 지난번 그때보다 더 큰 모습이더라구요. 반갑다고 호들갑 떨며는 애기기러기들이 놀랄가봐 그냥 멀치서 그들을 보는 데 '제들은 부모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곳에 먹을 거라곤 하루살이 벌레에, 고인 물에 생기는 이끼풀 같은 것뿐인데, 그나저나 부모가 있어야 시월에 있을 대장정에도 끼일텐데...
부모가 없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리고 그들이 하수관안에서 산다는 사실을 오늘 오후 산책 길에서 알았답니다. 이번 한주간동안은 거의 밤에는 비가 오고 날은 흐린 편이였죠. 오늘은 제법 햇님이 나오시기도 하더군요. 이꼬마들이 고인 물 한켠짝 둔덕에서 햇볕을 쬐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한마리가 안보이더군요. 그리고 생각보다 그리 크게 자라질 못한것 같더라구요. 어떻허나 하면서 집에 와서는 먹을 것을 조그만 컵에 담아 그 꼬마들이 있는 곳엘 갔지요. 그놈들이 놀라서 다시 하수관 속으로 들어 가는데 삐쩍마른 것이 배들만 복어같더라구요.
그 하수관을 떠나야 살텐데...
엄마아빠기러기를 언뜻 본 생각이 나지만, 지들 힘으론 그냥... 갈 거예요.
고만고만한 사람끼리 부댓끼다 보면 주님계신 곳 생각도 못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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