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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스카정벌계획

[스크랩] 대장정(1)

며칠전 이곳 신문에는 남을 향한 떠남이라는 설명의 기러기떼 사진이 올라 있었읍니다. 사실은 대장정의 훈련이 한창인 것입니다. 군대 편제로 보면 아마 중대급정도의  훈련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니까  내 시월에 있을 전군의 대장정에 앞서 이곳의 기러기들은 그 훈련의 강도나 규모를 더 해 갈것입니다. 그들의 사령부가 어디에 있는 지는  모르지만 무척이나 바삐돌아 가는 것을 저는 지금 자주 보고 있읍니다. 넓은 잔듸 밭에 무리져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들의 수가 점차 많아 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떠한 통신수단으로 이들의 모임이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을가? 어떠한 조직이나 지령이 이들을 움직여 가는지...   물론 지난 사월에 쌍지워 보금자리 만들고 낳은 자식들이 하나의 낙오도 없이 이 남을 향한 장정에 동참하여야 하는 절실한 상황 속에 기러기나라는 바빠 있을 것입니다.

강한 자들에 의해 먹히고, 인간의 편의를 위해 사살되고, 차륜에 으깨어 사라지기도 하면서.....   이들의 나아가는 길을 저지하고 있던 많은 불행들을  넘어 온,   다시 말해 타의에 의한 고난을 당당하게 넘어선 이들 기러기의 대열을 상상하면서 박수를 보내는 것은 저의 의무입니다. 사실이지 이렇게 정면으로 다가왔던 악의 무리를 감히 이겨낸 힘은 자연의 순리를 따른,  다시 말씀드려 에덴의 동산에서의 첫 번째 소리에 의해 살아 가는 그 순수가 아닐가 합니다.  그러나  그 동산에 있었던 또 다른  작은 목소리에 심취한 기러기들도 있나 봅니다.

사람의 손끝에서 뿌려지는 과자같은 먹거리에 익숙해 진 기러기들이 있읍니다. 이들은 아직도 호수나 냇가에서 헤엄을 치면서 스낵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어쩜 땅속을 헤집고 찾아야 하는 벌레보다도 맛있는 것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대장정의 저 훈련은 웃스운 짓 일지도 모릅니다.

날이 춥고 어두워 지면은 물은 얼어 붙고, 찾아 올 사람은 없어 지는데.....

배는 고파지고, 인스턴트 음식에 살 찐 이 기러기들은 비상의 객기도 부리지 못하고, 이 얼음 나라에서 춥다는 생각도 못하고 말겠죠. 

 

거의 하늘의 반을 가로 지워 남으로 항진하는 기러기의 편대가 시월에 시작 됩니다.  아직은 곳곳에서 장정에 필요한 자양식을 먹으며,  그들 나름데로의 메뉴얼에 따라 훈련과 휴식이 있을 뿐 입니다.

꺼욱, 꺼욱...

오른 쪽 안내수 힘이 떨어 진다.

왼쪽 끝 희생조 적을 유인하라.

신생조 무서워마라, 대열을 유지하라.

꺼욱, 꺼욱...

출처 : 앵커리지의 행복한 하루
글쓴이 : 이 까밀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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