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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물연구

[스크랩] 단장의 미아리고개

집을 옮겨 가는 튜레일러가 노란아기 기러기들이 건너는 길 앞에 서있고, 그뒤로 자동차의 대열이 이여져 있다고 해도 어른 기러기들은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선두와 후미, 그리곤 주위를 캄보이 합니다.  몇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모양입니다.

언제가는 숲속 오솔 길을 이동하는 기러기 가족을 우리아들이 자전거로 추월을 했는데 어른 기러기의 항의가 대단했다는군요. 우리말로

죽어라고 패달을 밟아 도망 했다죠. 지금이 유월이니 애기들을 데리고 나오는 기러기 가족들을 많이 보시게 될 겁니다. 물론 나들이라기보다는 가을이면 떠나야 할 애기들의  체력 증진을 위한 엄마.아빠들의 애씀일테죠, 그리 안하면 시월에 있을 대장정에서 그들의 애기들은 제외 될테니 말입니다.

 

지금보다는 한가하던 옛날이 되겠군요.  공항로와 '미네소타'로드의 네거리가 인터체인지로 바뀌기 전에 시내로 향한 언덕배기를 오르던 제눈에 얼핏 조막만하고, 노란, 다섯놈쯤  되는 기러기새끼들이 오른편 보도수풀 속에서  전부 작은  주둥이들을 하나 같이 위로하고 아우성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놈들이 건너 보던 왼편 찻길을 보니  그곳에 엄마기러인듯 싶은 시체가 있더군요. 아마 애기들을 건네며 뒷 따르던 에미기러기가 차에 치여 죽었나 봅니다.  아빠기러기가 없던 가족이였나 봐요. 그러니까  엄마때문 야단이였을 겁니다. 다시 그꼬마들  쪽을 봤읍니다.   엄마를 부르며 한참을  동동 거리던  애기기러기들이  숲속으로 사라지더군요. 그런데 기껏해야 열흘에서 닷새 밖에 안됐을  새끼들이  큰놈의 꽁지를  따라 가더군요.   꼬맹이 기러기들의 울먹이던 모습이  이 형아 기러기의 단호한 반전으로 자기들끼리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알았나 봅니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했읍니다.

기러기새끼들이 엄마를 건너 편에 두고 떠났던 '미네소타'로드의 고갯 길  언덕엔  늘 해마다 새 기러기부부들이 오고 있읍니다.

출처 : 앵커리지의 행복한 하루
글쓴이 : 이모니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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