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귀가를 기다리는 놈입니다.
집사람이 아무리 맛있는 것을 줘도 제가 오기 까지 먹지를 않고 있답니다.
허긴 제 아버님 상을 맞아 일주일가량을 조카에게 맡겨 놓고 여행을 갖다 왔는데, 물만 쬐끔씩 먹고 지났답니다.
원래는 제 아들의 강아지였는데, 한국엘 가게되어 제 일거리로 생긴 놈입니다. 그때는 아들에게 꼭 눈높이에서만 이야기를 해야 했고, 언성도 높일 수가 없었답니다.
밀착경호의 진수라고 할만치 옆에 붙어가지고는 꽉 문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 될랴치면 정말 등꼴에 전율이 느껴지곤 했답니다.
그런놈이 내 차지가 되어 내 경호원 노릇을 제법한다고 처음 느낀거는 집사람이 저한테 싫은 소릴 하는데 이놈이 으르렁 되드란 말입니다. 기분이 좋았읍니다. 물론 집사람은 몹쓸 놈이라고 야단야단 하면서 앞으론 국물도 없다고 이놈을 나물랬읍니다. 야단을 하거나 말거나 저를 향한 이놈의 눈빛을 봤을 때의 제 감격은 대단했었답니다. 그때 이후론 이놈의 용변을 싫다않고 보살펴 주고, 자다가도 낑낑거리는 이놈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문제를 해결 해주게 되었읍니다. 사람보다 낫다고 뇌까리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뒤치닥거리를 해줍니다. 사람은 이리 해주면 똥치기로 낙인을 찍어 버리고, 혹, 똥오줌치기를 잽싸게 처리 못해 주면 자식새끼도 그 원망이 대단한데... 아무튼 이놈은 지 똥오줌치기인 저를 늘 존경하는가 봅니다. 그리고 주인인 저를 위해선 티끌만치도 주저함이, 집사람이라 해도 이빨을 보이며 저를 뒤에 두고 으르렁거립니다. 또 집사람의 야단과 협박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잠 자리도 제 침대맡 옆에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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